“터치 한번으로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에 참여 했어요”
여행 차 제주에 온 박정훈(43·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씨는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내에 비치돼있는 ‘이동식 AR(증강현실) 투표기’를 발견하고는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에 참여했다.
‘증강현실’이란 뜻의 ‘AR’은 Augmented Reality의 약자로, 사용자가 보고 있는 실사 영상에 3차원 가상영상을 겹쳐 원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다.
이러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이동식 AR투표기는 제주도의 특별 요청을 받은 제주대학교 증강체험상품개발사업단에 의해 만들어졌다. 제주대학교 증강체험상품개발사업단은 지난해 부터 지식경제부 ‘광역경제권연계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증강현실 플랫폼과 콘텐츠를 구축하고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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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관광공사 내 웰컴센터에서 한 외국인이 증강현실 용지를 AR투표기화면에 비추고 있다. |
제주대 증강체험상품개발단 단장 이봉규 교수는 “누구나 쉽고 재밌게 투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참여자를 늘려보자는 의도에서 구축하게 됐다”며 “투표 참여율도 높이고 대한민국이 IT 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동식 AR투표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버튼 하나로 투표 전 과정이 마무리 되는 수월성을 꼽았다. 기존 투표방식이 60초 이상 영어멘트를 듣고 일일이 버튼을 눌러야 해서 다소 번거로웠던 것이 사실.
투표 참여가 저조하자 제주시는 지난 4월 1일부터는 시간을 20초로 단축시키고, 국문멘트가 나오는 것으로 투표방식을 바꿨다. AR투표기는 이런 투표과정을 더 간편하게 하고, 참여자가 보다 더 즐겁게 투표할 수 있도록 만든 것.
투표 참여자가 스크린에 있는 제주 영상 버튼을 누른 뒤 인쇄돼 나온 종이를 화면에 비춰 자신의 모습과 그래픽이 합성되는 증강현실을 체험하는 동안 투표는 자동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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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강현실(AR) 투표기 화면 |
실물과 그래픽을 함께 캡처한 장면을 바로 이메일로 전송해 추억거리나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점도 AR투표기만의 특징. 이동식 AR투표기를 이용해 본 시민들은 실제 자기 모습이 그래픽과 합쳐진 증강현실 화면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했다.
AR투표에 참여한 문상필(38·제주시 노형동)씨는 “버튼을 누르고 나서 잠시 화면을 보고 있었는데 투표가 완료 돼 편리했다.” 며 “실제 모습과 그래픽이 합성돼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메일로 받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현재 AR기반 이동 투표기는 제주공항 출발장(3층)과 제주특별자치도청 본관 입구에 배치돼 있다.
제주대학교 증강체험상품개발단 고영주 팀장은 “비용 문제로 아직 여러 곳에 AR투표기를 설치하지는 못했지만 제주도 주요 관광지와 각종 전시장 등에 설치를 늘려갈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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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에서 AR투표기로 증강현실 체험을 하고 있는 시민들 |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는 지난 2007년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스위스 비영리 재단 ‘뉴세븐원더스’의 주관으로 2007년 7월부터 시작됐다. 전 세계 440곳으 명소를 대상으로 하는데, 그 중 제주도는 ‘섬’ 분야에서는 최초로 도전을 시작했다.
1차 인터넷 투표(2007.7~2008.12)를 통해 261곳이 선정됐고, 2차 인터넷 투표(2009.1~2009.7)를 통해 다시 77곳으로 줄였다. 이어 3차 전문가 심사(2009.7.7~7.21)를 통해 미국 그랜드캐년, 몰디브, 브라질 아마존,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아르헨티나 이과수폭포, 베트남 하롱베이 등 28개 후보지가 확정됐다.
이들 후보지 가운데 중국 양자강, 일본 후지산, 북한 백두산 등은 탈락했고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주도가 최종 후보에 포함됐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2011년 11월 11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과 전화투표 집계 결과를 통해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김부일 제주특별자치도 환경경제부지사는 “제주도는 28개 후보지들 중 국제 인지도는 다소 낮지만, 다른 후보지와 비교해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강점이 있다”며 제주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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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서귀포시 성산 일출봉 |
제주도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한 곳이다. 2002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 2007 세계 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 지질공원 인증 등을 받았다. 이는 제주가 세계인이 함께 보전하고 향유해야 하는 우수한 환경자산임을 국제사회가 인증한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 7대 자연경관 예비 심사 기준인 7가지 테마 ‘섬, 화산, 폭포, 해변, 국립공원, 동굴, 숲’을 모두 갖춘 곳은 후보지들 중 제주도가 유일하다.
김 부지사는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 향후 수억 달러의 관광 수익과 더불어 국가 브랜드 상승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 제주도가 세계인들에게 꼭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인식돼 해외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하고 서비스업, 제조업에까지 긍정적 파급효과가 확산될 것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이 자연경관을 잘 보전하고 관리해 온 친환경국으로 인식돼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 김문숙 팀장은 “총 10억 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투표는 그 결과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 때문에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며 “방송과 신문 등 언론 외에도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를 통해 지속적인 홍보 확산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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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홍보대사로 위촉된 로즈장(Rose Jang. 한국명 장미영)이 제주도청에서 터치 스크린을 통해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에서 제주를 지지하는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1개월 단위로 한 번씩 순위를 발표한다. 제주가 올 1월부터 현재까지 4개월 연속 1위부터 14위까지가 속한 상위그룹에 포함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제주는 다른 후보지에 비해 국제적 인지도가 낮아 인터넷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 투표 비율 순위가 하위권이다.
김부일 부지사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너무 관이 주도한다는 지적이 일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10년 12월 범국민 추진위원회와 범도민 추진위원회가 잇달아 출범한 이래 현재 각계각층에서 활발한 투표 참여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IT 강국’ 이미지에 걸맞게 새로 개발된 AR투표기를 적극 활용해서 ‘인간과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돼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정책기자 김혜진(자유기고가) tkatjdtks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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